▲11번가 이미지 

SK스퀘어 자회사이자 국내 4위권 전자상거래 업체인 11번가가 내년을 목표로 코스피 상장을 추진한다.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돕기 위해서다. 이로써 다음달 공모 예정인 SK쉴더스, 원스토어를 필두로 SK매직, SK에코플랜트, 티맵모빌리티 등이 줄줄이 상장을 대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SK그룹이 향후 2~3년간 기업공개(IPO) 시장을 이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최근 국내외 증권사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지난 21일 발송했다. 입찰에 참여하려는 증권사는 내달 11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11번가는 다음달중으로 주관사단 선정을 마친 뒤 상장 작업에 착수해 내년 증시에 입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따라 IPO가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SK스퀘어 자회사 중에서는 SK쉴더스·원스토어에 이어 세 번째로 상장에 성공하게 된다.

사실 11번가의 상장은 지난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할 때부터 거론됐다. 당시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5년내 상장을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고, 모기업인 SK텔레콤도 2018년 컨퍼런스콜에서 11번가 등 자회사를 3∼5년 내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최대주주는 SK스퀘어(80.26%)이며 국민연금·새마을금고·H&Q코리아 컨소시엄이 꾸린 나일홀딩스(18.18%)가 나머지 지분 대부분을 보유중이다.

11번가는 지난달 신임 CEO로 하형일 SK텔레콤 CDO를 내정하면서 상장 추진을 예고했다. 하형일 대표는 선임 이후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내년도 상장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11번가는 2008년 2월 출범한 비교적 오랜 업력의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11번가는 6%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17%), 쓱닷컴·이베이(15%), 쿠팡(13%)의 뒤를 잇고 있다.

11번가는 오랜 기간 겪어왔던 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차별화된 경쟁력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배송 품질을 개선하는 일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쓱닷컴 새벽 배송(1월), 바로고 지분 투자(2월), GS프레시몰 새벽 배송(3월), 우체국 택배 익일 배송(4월), SLX택배 당일 배송(5월) 등의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했다.

8월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함께 ‘아마존 스토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회사 측은 과감한 투자로 라이브방송과 후기(리뷰) 영역에서 입지를 확보한 점도 강조하면서 이같은 노력들이 지난해부터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자평한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11번가의 지난해 쇼핑 결제액은 전년 대비 약 18% 증가한 14조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여전한 문제는 실적이다. 11번가는 지난해 영업손실 69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98억 원)에 이어 2년 연속 영업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작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약 3% 늘어난 5614억원에 그쳤다. 2019년 이후 연매출액이 5000억원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별도 법인이 된 2018년 이후에는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해왔다. 매출 성장세는 주춤하지만 적자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투자 업계에서는 지난 2018년 11번가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기업가치를 약 2조7000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11번가의 올해 결제액이 얼마나 증가하느냐가 공모 시점의 기업가치에 중요할 전망이다.

11번가까지 가세하면서 SK 관계사들의 상장 러시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그룹 내에서 비교적 상장 준비 작업을 오래 해온 곳은 SK매직이다. SK매직은 4년 전 주관사를 뽑고 체질 다지기에 주력해왔다. SK쉴더스와 원스토어는 다음달 공모에 연이어 돌입한다. 최근 주관사단을 선정 완료한 SK에코플랜트는 내년 상장이 목표다.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 파트너를 찾고 있는 SK팜테코도 후보 가운데 하나다.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 역시 오는 2025년까지 증시 입성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업계에서는 SK실트론, SK온, SK브로드밴드, SK루브리컨츠 등도 머지 않아 상장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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