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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계약학과, 우수 인재 이탈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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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계약학과, 우수 인재 이탈 가능성 높아"
  • 황진영 에디터
  • 승인 2021.05.10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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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수급난과 그에 따른 각국의 반도체 육성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국내서도 반도체 지원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반도체 특별법 제정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내주 각종 세제 혜택을 포함한 K 반도체 벨트 전략을 발표한다.  

업계는 이같은 움직임을 환영하는 동시에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정책이 자칫 실효성 없는 구호로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시스템 반도체 분야 등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력 양성 문제는 아직까지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7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후원으로 진행된 '제2차 K-반도체 이니셔티브 온라인 토론회'에서 국내 학계 전문가들은 지금의 산학 협력 수준으로는 반도체 우수 인력을 제대로 키워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향후 마련될 반도체 특별법에 학계 의견을 종합해 반영을 요구할 예정이다. 


"기업-학계 간 인재 육성 인식 자체부터 바꿔야"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산업의 인력 부족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학계는 우수 인력을 제대로 양성하고 배출하기 위해서 기존의 산학 협력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재윤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대학과 기업이 서로 생각하는 각자의 역할과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지적했다. 심 교수에 따르면 "대학에서는 포괄적인 공학 이해를 바탕으로 한 기초 교육에 주안점을 두는 반면 기업은 당장의 산업 트렌드를 반영한 실무 집중적인 교육을 원한다"는 것이다. 

올해 연세대와 고려대에 신설된 '반도체 계약학과'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다수였다. 안진호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최근 반도체 계약학과 설치가 유행"이라며 "반도체 연구직으로 새로운 것들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초가 필요한데 학부 과정부터 기업 인력 수급을 목표로 한 반도체 계약학과를 만드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반도체 계약학과장을 맡고 있는 정성호 교수는 "기존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석사 과정까지 마치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반도체로만 커리큘럼이 꽉 차있다"고 말하면서도 향후 우수 인재 이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학사 정원의 30% 정도만 석사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우수 인재의 경우 이러한 이유로 중간에 이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방향식·피드백 없는 산학 협력은 무용지물

반도체 산-학 협력 사례. /자료=토론회
반도체 산-학 협력 추진 사례. /자료=제2차 K-반도체 이니셔티브 온라인 토론회

박 학회장은 다른 무엇보다 산학이 동등한 자격으로 기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반도체 분야 산학 협력 사례를 살펴보면 2006년 차세대 메모리 개발 사업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50억원 가량의 연구비를 투입해 PRAM, STT-MRAM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사업단장을 맡았던 박 학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며 "특히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대학 교수들의 기술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10여년 간 반도체 관련 정부 지원 사업은 크게 줄어 2017년에는 신규 사업이 제로에 이르렀다. 그중 2013년부터 약 8년 간 진행 중인 '미래반도체소자 원천기술개발사업'은 미국의 반도체연구협회(SRC)를 본따 만든 한국형 민관 협력 연구 모델이다. 김형섭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해당 사업이 좋은 산학협력 모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에는 총 2100여명의 연구원이 참여해 국제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논문 1400여건, 630여건의 특허 출원의 성과를 거뒀다. 투자 기업을 포함한 반도체 관련 기업에 80~90% 취업 연계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최근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다. 학계는 해당 사업의 성과 등을 고려해 반도체발전법 안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장형 반도체 전문인력 3000명을 양성하는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 연계 민관협력 산학 원천기술 개발사업' 또한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최종 탈락시켰다. 문승욱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에 사업 규모를 키워 3분기 예타에 다시 신청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중소·중견기업향 인재 수급안 또한 중요해"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정문.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입구. /사진=SK하이닉스

그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산학 협력을 중소·중견 기업으로 확대해 우수 인력을 다양하게 포진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성호 교수는 "최근 반도체 위기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데 사실 삼성전자는 인력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들이 공정 기술 분야가 아닌 인공지능(AI), SW 분야로 우수 인재들이 몰린다며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으나 국내 소부장 업체들의 오랜 인력 미스매치 문제가 그보다 더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박재근 학회장은 이와 관련해 "중소·중견기업향 인력 양성 문제는 지난 20여년간 수도 없이 제기된 문제"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최근 추진 중인 반도체특별법에 넣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현철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이 다수의 대학에 다수의 수요자가 있는 시스템이 아니고 특히 반도체 분야는 다수의 대학에 소수의 수요자이기 때문에 (연구 분야가)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중소기업에서 다양한 수요가 있다면 이를 통해 대학에서 다양한 교육과 그에 따른 여러 방향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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